오늘의 책ː신경숙 作 『엄마를 부탁해』


신경숙作 『엄마를 부탁해』 

" 엄마, 또는 여자 



  소설 속 “엄마”는 자신 속에 모든 고통을 담고 있는 존재이다. 아이의 죽음, 시동생 균의 죽음, 남편의 외도 등. 그러나 이런 숱한 아픔에도 불구하고, 자식들을 길러야 했던, 집안 살림을 놓을 수 없었던 ‘어머니’의 모습이다. 이런 아픔들을 겪어오면서 어머니는 자신이 누구인지, 자신이 뭘 하고 있었는지, 지금 있는 곳이 어디인지까지 모르게 되어 버린다. 이것은 어머니로서의 삶으로 인해 여자였던 자신의 모습을 잃어버린 “엄마”의 모습이다.

  “나 시집 안가먼 안돼? - 엄마랑 같이 살먼 안돼?” 잠시 침묵을 지키던 무명옷 입은 처녀가 목화밭에 주저앉아 발을 쭉 뻗더니 울음을 터뜨렸다.(P.158) 어쩔 수 없던 결혼과 그 후 태어난 아이들로 인해 자신이 갖고 있었던 꿈은 사라지고, 자식들의 꿈이 자신의 꿈이 되어버린다. “엄마는 그에게 니가 하고 싶어 하는 것,이라고 했지만 그는 그것이 엄마의 꿈이기도 했다는 것을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P.137)

  그런 “엄마”가 유일하게 가질 수 있던 여자로서의 낭만이란, 새로 바르는 문종이에 단풍을 껴 넣는 일이나, 막내의 집에 장미를 심는 것, 밍크코트를 가져본 것뿐이다. 여자로서의 삶이 철저하게 배제되고, 어머니의 삶만이 남은 여인의 모습이다. 이 여인이 여자가 될 수 있었던 순간은 곰소의 그 남자의 곁에 있을 때 일 것이다. “엄마”에게 처음 이름을 물어봐 준 것도 아픔을 가만히 보담아 준 것도 그였을 테니까. 그래서 “엄마”로서의 삶에서 힘이 들 때마다 그를 찾은 것이다. 

  이 소설 속에서 각 장 마다 화자가 바뀌지만 그 화자의 시점은 1인칭이 아니라 너, 그, 당신 등 2인칭의 시점이다. 이 너, 그, 당신은 소설을 읽고 있는 누구나가 될 수 있다. 그럼으로 인해서 이 소설 속 인물이 소설을 읽고 있는 ‘나’와 더 일체감을 느끼게 된다. 그러나 4장에서만큼은 “엄마” 자신이 직접 1인칭 시점이 되어 서술한다. 이 시점에서는 우리가 모르던 곰소의 그 남자나 타인의 시각으로 본 “엄마”가 아닌 엄마 자신의 감정들을 보여준다. 선산에 묻히지는 않겠다는 엄마의 말은 이제 “엄마” 또는 아내, 시누이로서가 아닌 자기 자신 돌아오는 것을 의미한다. 그래서 “엄마” 역시 자신의 “엄마” 옆으로 돌아가게 되며 시점이 마무리 된다.

  “엄마”라는 존재로서 희생만 강요받으며 살아온 “박소녀”라는 어머니의 삶을 통해, 이 시대의 모든 어머니들, 그리고 또 나 자신을 돌아보게 되었다. 우리가 잊고 있는 것을 이 소설은 우리에게 한마디로 설명해준다. “엄마를 부탁해” 엄마 역시 보살핌을 주는 존재만이 아닌 누군가에게 보살핌을 받아야 하는 존재이다.


* 개인적인 의견을 토대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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