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책ː권비영 作 『덕혜옹주』


권비영 作 『덕혜옹주』 

" 그녀의 삶을 대변하는 2% 부족한 소설 




  권비영의 『덕혜옹주』는 덕혜옹주의 삶을 그린 최초의 한국 소설이다. 조선의 마지막 황녀라는 타이틀이 무색할 정도로 그녀의 존재는 우리의 기억 속에서 잊혀져 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런 그녀를 깊은 바다 밑에서 끌어올려 세상에 빛을 보인 것이 바로 『덕혜옹주』인 것이다.


1. 조선 마지막 황녀의 삶을 재조명하다.

  지금까지 덕혜옹주의 삶을 담은 책은 일본인 ‘혼마 야스코’의 <덕혜희-이씨 조선 최후의 왕녀>뿐이라고 한다. 이 책을 도서관에서 발견하고 부끄러웠다고 저자는 책의 후기에서 밝히고 있다. 이정도로 우리는 우리 역사의 한 부분이 조선의 마지막에 대해서 놓치고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런 의미에서 『덕혜옹주』는 우리가 역사에 대해서 다시 한 번 돌아볼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 주었다. 우리나라 역사에 대해서 쓰는 작가들을 꽤나 많다. 특히 ‘김진명’같은 작가가 현실과 픽션 사이를 왔다 갔다 하며 우리에게 역사를 뒤돌아 볼 것을 권유하지만 그 것이 픽션과의 혼동으로 인해 제대로 알려지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덕혜옹주』는 덕혜옹주의 삶을 꽤나 자세하게 그리고 있다. 그녀의 일대기를 빠짐없이 적어나가면서 소설적 재미도 빠뜨리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다. 또한 책의 표지에 간략하게나마 덕혜옹주의 사진과 삶을 정리한 것이 책을 읽는 데에 꽤나 도움이 되었다.

  이렇게 덕혜옹주는 역사를 돌이켜 볼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 주었을 뿐만 아니라, 소설적 장치들을 통한 즐거움을 함께 선사해 우리가 역사에 좀 더 쉽고 친숙하게 다가갈 수 있게 만들었다. 덕혜옹주를 통해 조선의 마지막을 돌아보며 아픔을 되새기고, 그 시절의 모습을 상상해 볼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 주었다.


2. 그녀의 심정을 표현하기에 2% 부족한 텍스트

  위에 언급한 『덕혜옹주』의 좋은 점 역시 많다. 하지만 그에 반해 눈에 거슬리는 점도 몇 개 보인다. 특히 고종의 죽음을 받아들이는 부분의 텍스트를 살펴보면 마치 중학생이 쓴 듯한 글의 모습이 보인다. 

  ““지금 뭐라 했어! 나를 놀리는 거야?” “마마, 황공하옵니다. 흐흑.” 인정할 수 없었다. “거짓말이라고 하면 다 용서해줄게, 응? 유모!” 그렇기만 하다면 웃을 수 도 있을 것 같았다. 그러나 자신 앞에서 통곡하는 유모를 보며 옹주는 천길 지하로 떨어져 내렸다. (...) “무슨말이야? 유모, 그것이 정녕 무슨 말이야?””(p.60∼61)

  위의 인용문이 고종의 죽음을 맞이하는 덕혜옹주의 모습이다. 고종황제의 죽음 이후 그 슬프고 비통한 감정을 이정도로 밖에 나타내지 못한 것은 큰 아쉬움으로 남는다. 그 문체 자체가 너무 착하고 교과서적인 표현으로 쓰여 있어서 그 슬픔이 우리에게 제대로 전해지지 않는다. 이런 문체가 뒷부분에서는 조금 나아진 듯한 모습을 보이지만 초반의 문체는 거의 이런 식의 문체이다. 이것이 어린 독자들에게는 어떤 식으로 비쳐질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보는 입장에서는 굉장히 거슬리는 것 중 하나였다.

  또 다른 한 가지는 그녀의 남편인 다케유키라는 캐릭터에 대한 아쉬움이다. 처음 다케유키의 캐릭터는 덕헤옹주의 슬픔을, 또는 분노를 감싸주려는 모습으로 그려진다.

  “다케유키는 그윽한 눈으로 덕혜를 바라보았다. 작은 여자. 찬바람이 부는 나뭇가지에 불안하게 앉아 있는 작은 새 같은 여자. 다케유키는 덕혜의 어깨를 아주 조심스럽게 끌어안았다. 그녀의 몸이 움찔했다. “내가 당신 마음을 헤아리지 못했소. 어쩌면 앞으로도 그럴지도 모르지만…… 노력하겠소.””(p.253)

  처음에 이렇게 자상할 것 같기만 한 다케유키가 어느 한 순간에 돌변해서 그녀를 방치하고, 신경도 쓰지 않는다. 이렇게 다케유키의 태도가 너무 순식간에 변해서 의아했다. 

  이런 갑작스런 전개는 다른 곳에서도 보이는 데, p.332의 덕혜가 자신의 딸인 정혜에게 수면제를 먹이는 부분도 갑작스럽게 전개가 되어서 어떤 상황인지 파악하는 데 애를 먹었다. 사건이 갑작스럽게 튀어 나와서 그 묘미가 오히려 반감 되었다고 생각한다. 또한 덕혜옹주의 삶을 한 권으로 다 표현해내기에는 역부족이었는지 덕혜옹주의 나이가 먹어감에 따라 그 스토리들이 너무 딱딱 끊겼다. 게다가 그 스토리가 덕혜옹주의 성장기 중 어느 정도 나이의 이야기인지 제대로 파악하기가 힘들어서 잘 연상이 되지 않는 문제점도 있었다.

  

  작가가 ‘덕혜옹주’라는 소재를 찾아내서 그것을 표면위로 올려냈다는 것은 굉장히 칭찬할 만한 일이다. 하지만 덕혜옹주의 일생을 표현해 냄에 있어 이 소설의 길이가 너무 짧았지 않나 생각한다. 좀 더 긴 장편의 이야기로 써냈으면 그녀의 인생이 좀 더 애절하고, 자세하게 드러났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덕혜’의 삶을 없는 자료를 바탕으로 써나가기에는 어려움이 많았을 것이다. 그런 작가의 노력에는 박수를 보내고 싶지만 다 읽은 후 아쉬움이 많이 남는 작품이었다.


* 개인적인 의견을 토대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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