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책ː이기호 作 『버니』


이기호作 『버니』 

" 랩’이나, ‘말’이나 다 알아듣는다 



1. 가슴 속 눈물을 신음처럼 뱉어내다 - ‘신음같은 비트박스’

  순희의 ‘신음같은 비트박스’는 ‘버니’로 데뷔를 한 이후에도 지속되고 있다. ‘돌림빵’을 당하고 ‘데뷔전’을 치루며 지속되던 ‘신음같은 비트박스’는 돈을 벌고, 자신이 원하는 가수가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계속되고 있다. “순희가 변하지 않은 건, 그녀가 변하지 않은 건, 그녀의 신음 같은 비트박순뿐, 신음 같은 비트 박스뿐, 나는 그것으로 그녀를 알아봤지, 얼굴도 아니고, 랩도 아니고, 가사도 아니고, 내가 알 수 있었던 건, 그녀의 신음 같은 비트박스뿐, 그것이 그녀의 전부야, 내가 기억하는, 그녀의 전부야.(pp.35-36)” 자신이 원하던 가수로 데뷔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삶은 행복해지지 않았으며, 그렇기에 ‘신음같은 비트박스’를 뱉어낼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나는 돈을 법니다! 계속 돈을 법니다! 그렇게 삽!(p.38)” 계속 돈을 벌며 살아가지만, 그녀는 행복하지는 않으며, 사회의 힘에 갇혀, ‘좇나리 새까만 미니 밴 유리 속에, 굳은 듯 앉아’ ‘그렇게 살’수 밖에 없는 것이다.

 

2. 사회의 ‘말’을 부정하다 - ‘말’과 ‘랩’

  이 작품은 랩의 형식을 빌려 서술하고 있다. 각 문장마다 각운을 맞추며, 랩의 가장 큰 특징인 라임을 표현하고 있다. 작품을 랩의 형식으로 서술하는 것은 사회의 언어인 ‘말’에 대항하기 위해서이다. 랩 자체가 흑인음악으로 사회 반항적인 속성을 갖고 있기에 랩의 이러한 모습을 빌려온 것이다. “어차피 잘난 놈이나 못난 놈이나, 말하는 건 똑같아. (중략) 그래서 우리는 쉴 새 없이 랩을 해.(p.17)” ‘말’이란 사회의 일원으로 인정받기 위한 하나의 필수요소이다. ‘나’와 ‘보도방’ 여자들은 랩을 좋아하고, 랩을 하는 것으로 ‘말’하는 것을 대신함으로서 사회에 반항하며, 말의 권위를 전복시킨다. 말을 배워가는 ‘순희’가 사회적인 욕구를 많이 드러내는 것은 ‘말’이 갖고 있는 사회의 욕망을 보여준다. “하나하나 말을 배우며, 하나하나 말을 익히며, 욕심이 많아진 순희, 많은 걸 알고 싶은 순희, 많은 걸 해보고 싶은 순희.(p.23)”

  사회의 말을 사용하는 이들은 랩을 하는 이들보다 더 하등의 모습을 보여준다. “말로 그 짓을 해, 말로 그 짓을 요구해, 변태 같은 놈들, 수없이 많은 말로, 수없이 많은 말로, 오르가슴을 느끼는, 변태 같은 놈들.(pp.32-33)” 이는 사회에서 인정받는 ‘말’을 하는 이들과 고작 ‘고등학교 중퇴자’인 ‘나’와 별반 차이가 없음을 말해준다. “우리 말 욕하면서, 우리 말 따라 쓰는, 바구니 같은 새끼들. 좆나게 폼 잡고 있지만, 내 폼이나 네 폼이나, 엎어치나 메치나, 바구니나 빠구리나.(p.13)”

 

3. 사회의 ‘말’을 씻어내다 - ‘빨래’와 5장 뒤 후렴구의 부재

  ‘순희’가 ‘빨래’를 하는 모습이 등장하는 5장에서는 대화글이 단 한마디도 등장하지 않는다. 아무런 대화도 없는 가운데 ‘순희’가 ‘나’의 바지를 빠는 바구니에서는 구정물이 가득차고, 진해진다. 주류사회를 대변하는 속성을 보여주고 있는 ‘말’을 생략하고, ‘나’의 바지에서 나온 구정물을 보여줌으로써, ‘나’가 지금 사회에 더럽혀져 있으며 ‘순희’가 그것을 치유해 주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또한 5장에서는 다른 모든 장에서 보이는 후렴구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후렴구는 ‘말’이 보여주는 ‘가벼움’을 보여주며, 사회에서 통용되는 언어를 비꼬는 역할을 하고 있다. 이 후렴구가 5장에서 등장하지 않는 것은 5장 내에서 대화글이 등장하지 않는 것에 기인한다. 사회적인 ‘말’에 더럽혀져 있는 ‘나’가 ‘순희’의 ‘무언’의 ‘빨래’의 행위로 사회의 ‘말’에서 씻겨지고 있는 것이다.


* 개인적인 의견을 토대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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