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책ː신라향가 헌화가

신라 향가 『헌화가

" 아름다움에게 바치는 찬미 


이미지출처 : 네이버 지식백과


 원문

 해독

 현대어 풀이

 紫布岩乎希

執音乎手母牛放敎遣

吾肸不喩慚肸伊賜等

花肸折叱可獻乎理音如

 딛배 바회 

자온손 암쇼 노시고

나 안디 붓리샤

곶 것가 받오리이다.

(양주동 해독)

붉은 바위 끝에, 

(부인께서) 암소 잡은 (나의) 손을 놓게 하시고

나를 부끄러워하시지 않으신다면

꽃을 꺾어 바치겠습니다.

(정연찬 풀이) 



내가 제일 좋아하는 향가. 헌화가에 대한 감상이다.

  헌화가는 신라 성덕왕 때 한 노옹에 의하여 불린 4구체 향가이며, ≪삼국유사≫ 권2 ‘수로부인조(水路夫人條)’에 실려 있다.

  수록문헌에 의하면 성덕왕대 순정공(純貞公)이 강릉 태수로 부임해 가다가 해변에서 점심을 먹게 되었다. 그 곁에는 높이 천 길이나 되는 돌산 봉우리들이 병풍처럼 바다에 닿아 있는데, 그 위에 철쭉꽃이 많이 피어 있었다. 순정공의 부인 수로가 그 꽃을 보고 좌우의 종자들에게 그 꽃을 꺾어 바칠 자가 없느냐고 물었더니 모두가 사람의 발길이 닿을 수 없으므로 불가능하다고 대답하였다. 마침 그 곁으로 암소를 끌고 가던 노옹이 수로부인의 말을 듣고, 그 꽃을 꺾고 또 가사(歌詞)를 지어 바쳤다고 하는데, 그 노옹이 누구인지는 모른다.

  이 노래의 주제는 탐미다. 수로부인은 ‘헌화가’뿐만 아니라 ‘해가’에서도 등장하는데, 그 미모가 뛰어나 용에게 납치되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헌화가’에서 말하는 주제는 이 ‘수로부인’으로 대변되는 아름다움을 찬양하는 탐미의식에 대하여 나타내고 있다. 탐미의식은 고대부터 끊임없이 이어져오는 변치 않는 주제이다. 이 시대에 탐미의식이 지금 현대의 드라마나 노래가사에서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예를 들어 몇 해 전 방송 되었던 ‘꽃보다 남자’에서 여자 주인공을 위해 4명의 남자들을 열심히 노력한다. 드라마 속에서 여주인공은 예쁘지 않은 것처럼 그려지지만 사실 현실에서 바라보았을 때 그녀는 충분히 아름다운 미모를 지녔으며, 예쁜 여자를 위해 노력하는 걸로 비춰질 수밖에 없다. 결국 아름다움에 대한 찬미를 찾아볼 수 있다. 이는 한 때 큰 인기를 끌었던 ‘파리의 연인’에서 남자 주인공은 마지막 사랑을 위해 자신이 가지고 있던 모든 부를 내려놓고 아무 것도 가지지 않는 삶을 택한다. 오직 사랑을 위해서. 자신이 사랑하는 여인을 위해 모든 것을 내려놓는 것은 ‘헌화가’에 나타난 견우노옹과 일치 될 수밖에 없다. 결국 신라인들이 가졌던 아름다움에 대한 탐미의식이나 지금 현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의 탐미의식이 크게 다르지 않은 것이다. 

  자신의 모습을 부끄럽게 여기면서도 아름다움에 도전하고자 하는 용기 또한 칭찬 받을 만 하다. 자신은 그저 소를 끌고 가는 나이 먹은 노인임에도 불구하고 나라에서 제일가는 수로부인에게 다가가고자 하는 것은 순수한 열정의 산물이다. 이것저것 생각하지 않고 그저 아름다움에, 또는 사랑에 순수함을 가지고 다가갈 수 있는 용기는 쉬운 것이 아니다. 그렇기에 견우노옹은 인간이 아니라 신선이라고 평가를 받기도 한다. 인간으로서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버리고 오직 사랑을 위해 모든 것을 바치는 것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에서이다. 그만큼 자신을 버리고 사랑에 몰두할 수 있는 것은 누가 보아도 사랑받는 대상에 부러움을 가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헌화가’에는 아름다움에 대한 찬미, 또 사랑에 대한 찬미가 있는 그대로 잘 나타나 있는 서정시이다. 다른 측면에서 시를 살펴 볼 수도 있겠지만 나는 그저 ‘헌화가’를 사랑에 대해 예찬하는 서정시로 남겨두고 싶다. 드라마에서 사랑에 대해 끊임없이 돌진하는 지독한 사랑이 지속적인 소재로 등장하는 것은 우리가 아직 이런 사랑을 하고 싶어 하기 때문이다. ‘헌화가’가 불려진 당시 신라 사람들 역시 이런 사랑에 대해 갈구하고 있었던 것이 아닐까? 우리가 지금 원하는 것을 과거의 사람들도 원했다는 공감대. 이를 느낄 수 있는 것은 사람의 살아가는 것이 비슷비슷함을 보여주는 것일 것이다. 비슷하게 자고, 비슷하게 사랑하고 이는 결국 백년이 지나도 천년이 지나도 ‘헌화가’가 혹은 지금 유행하고 있는 사랑 노래가 불릴 수 있음을 말해준다.


* 개인적인 의견을 토대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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