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서의 나와, 삶에서의 나의 분리

멀티페르소나를 회사에 적용하는 것에 대하여


2020 트랜드 코리아에서 첫번째로 위치했던 키워드가 바로

"Me and Myselves" 즉, "멀티페르소나" 였다.

배우가 캐릭터에 맞게 가면을 바꿔쓰듯, 현대인들이 상황, 플랫폼 등에 따라 다른 정체성을 가진다는 의미다.

이 멀티페르소나를 가장 잘 이용하고 있는 콘텐츠는 

MBC 예능 프로그램 "놀면 뭐하니?" 다.

사진 : MBC 방송화면

프로그램이 유재석 1인 무한도전으로 변모하면서 유르페우스, 유고스타, 유산슬, 최근에는 유두래곤, 지미유까지

유재석은 본인이 맡은 역할에 따라 부캐를 하나씩 추가하며,

다른 정체성들을 보여주고 있다.


2010년 이후부터 우리 직장환경에도 변화가 불었다.

수평적 조직문화 지향 움직임에 따라, 기존 직급을 폐기하고, OO님으로 부르거나

더 나아가서는 영어이름을 회사 내에서 사용하는 등의 모습으로 나타나고 있다.

 

기존 목적은 직급 폐기에 따른 수평한 조직문화 조성 등의 이유였으나,

이름을 다르게 부름으로써 회사에서의 다른 나가 생겨나는 계기도 되었다.

물론, 그 전에도 당연히 회사에서의 나와 내 삶에서의 나는 분리 되어있었다.

그를 의식적으로 느끼진 못해도 분명 회사와 집에서 나는 다른 사람이었을 것이다.

이런 페르소나의 분리가 최근 "워라밸"을 중시하는 문화가 대두되며,

더욱 분리를 가속화 시켰다.


나는 이 분리가 더 가속화 되어야 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더욱 발전시켜, 회사에서의 나는 RPG 게임의 캐릭터처럼 아바타화 되어야 된다.

이를 위해 사는 회사에서의 나를 캐릭터라고 생각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

예를 들면 이런 것이다.

A는 어떤 프로젝트에 투입되었고, 이 업무의 난이도는 "상"의 난이도였다.
A는 이 프로젝트에서 소프트웨어 개발자의 업무를 맡았고, 이때 사용한 언어는 JAVA였다.
프로젝트가 완료되었을 때, A에 대해 "좋음"이라는 업무평가가 내려졌고,
동료평가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았다.

위와 같은 개발자 A가 있다고 하면,

(메신저 기능 등이 포함된)내부 인사 시스템 Stat창에 "JAVA 개발" 스킬이 있다. 여기엔 현재 능력치와 위의 프로젝트를 완료하며 얻어낸 스탯치를 추가로 부여된다.

이로 인해 이 JAVA개발자 A는 시각화된 본인의 능력치를 보며 목표 역시 명확히 시각화 된 형태로 그릴 수 있게 된다.

A는 이 스탯치를 더욱 늘리기 위해 회사에서 노력하게 될 것이다, 한발 더 나아가 회사 밖에서의 A도 회사에서의 A 캐릭터 성장을 위해 시간과 돈을 투입하게 될 수도 있다.

마치 온라인, 모바일 캐릭터의 성장에 본인을 투영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또한, "첫 프로젝트를 완수한 자", "A등급 개발자", "100회 프로젝트 완료" 등의 뱃지를 구현함으로써

이에 대한 수집욕구를 넛지하게 되고, 장기근속 및 소명의식을 불러 일으킬 수 있다.

이와 함께, 동료 평가의 우수함은 일종의 카르마 형태로 구현, 이도 데이터화, 시각화 시킬 수 있다.(아마존은 인간 관계까지 데이터화 하길 원한다고 한다.)

이를 이용해, 추후 협업 프로젝트에서 필요한 능력에 따른 협업 멤버를 모집하는 데 사용하고, 실질적인 직원의 업무 능력 파악하는 등으로 사용할 수 있다.

물론 이와 같은 시스템을 위해서는

각 프로젝트마다 난이도의 협의, 그에 대한 결과의 협의가 내부적으로 표준화 되어야 하며,

이를 통해 받는 직원의 결과 역시, 해당 직원과 피드백을 통해 맞춰나가야 한다.


이 제도는 사실 "게이미피케이션을 결합한 인사제도의 기획"이라는 내 목표에 한 챕터라고 할 수 있다.

MZ세대의 개인화, 과시욕구 등을 회사 효율성 향상에 적용하기 위한 방법으로 생각해낸 시스템이다.

최근엔 성과주의가 무너지고, 피드백을 통한 성과관리를 우선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

보상이 돈의 형태 뿐만 아니라, 어떤 식으로 자극하느냐

그 자극이 직원의 목표 설정과 달성, 그리고 역량 향상으로 이어질 것인가.

이런 부분을 어떻게 세팅할 지 지속적으로 고민하게 되는 것 같다.


정리하자면 이렇다.

일을 하나의 어려운 RPG 게임이라고 생각하자.(예를 들면 소울류의 게임)

이 게임(일)에는 최종 보스(목표)가 있다. 이 보스는 무찌르기 너무나도 어려운 상대다

유저(직원)가 보스를 무찌르기 위해서는 본인의 성장이 필수다.

성장하기 위해 퀘스트(프로젝트)를 하고, 새로운 스킬을 배우고, 어떤 식으로 노력해야 내 캐릭터가 더 잘 성장할 수 있을 지 고민한다.

그리고 그 최종 보스에 다가가기 전까지 중간보스(연간 목표 / 분기별 목표)들을 물리치며,

유저는 점점 성장한다.

 

자, 게임회사(직장)는 무엇을 해야할까?

당연히 이 게임이 재밌도록 만들어야 한다.

최종 보스와 중간 보스의 난이도들을 적절하게 설정해야 한다.(적절한 경력 로드맵 구성)

보스는 유저의 도전의식을 불러일으키고, 이를 물리쳤을 때 유저가 성장했다는 인식과 성취감을 불러일으켜야 한다.

그리고, 유저가 잘 성장할 수 있는 사냥터와 퀘스트들을 줘야한다.

또, 중간 중간 유저가 이탈하지 않도록 이벤트도 필수적이다.

적절한 파티플레이를 유도해 협업을 이끌어 내는 시스템도 중요하다.

 

이를 위해 어떤식의 부수적인 시스템들을 설계해야 할 지,

지속적으로 내가 고민하고 있는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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