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리뷰 : 이기주 저 "언어의 온도"

"너무 높은 온도의 문장들, 언어의 온도"


언젠가부터 읽기 시작해서, 중간쯤 읽다가 책장 한구석에 꽂아놨던 이 책을 반차를 틈타 겨우 다 볼 수 있었다.


어느 순간 페이스북, 혹은 인스타그램등의 SNS에서 입소문을 타 베스트셀레 반열에 오른 책이다.

일상에서 볼 수 있는 언어들을 따뜻한 시선을 갖고 그 맛을 음미해보는 것이 이 책의 목적이라고 저자는 설명한다.

그래서인지 확실히 디지털보단 아날로그의 감성들을 엿볼수 있다.

책에는 여럿 잉크가 떨어진 듯한 자국들이 보이고, 문장들도 서정적인 어조로 아름답게 쓰고자 노력한 흔적이 엿보인다.


그러나 글을 너무 멋지게, 뭔가 있어보이게 쓰려고 노력한 흔적이 엿보여 사실 좀 불편했다.

에세이 속의 어떤 문장을 적더라도 문장 하나 하나에 비유를 끊임없이 사용하려고 노력한다. 이 노력이 굉장하고, 또 어려운 작업임에 분명하지만 무슨 강박이 있는 것처럼 읽는 사람이 불편해져버리고 만다.

어떤 문장에는 힘을 조금 빼고, 어떤 문장엔 힘을 강하게 줘야할 필요성이 있어보인다.

그리하여, 독자로 하여금 책을 읽는 동안 금방 지쳐버리게 하는 것 같다.

물론 이 문장들 중에는 사뭇 멋져보이는 문장들이 존재한다. 그러나 어떤 문장은 그 문장 속의 상황, 감정이 정말 이 맛이 맞을까? 하는 궁금증이 들게 만드는 문장도 있었다.


라틴어의 어원이라든지, 영화를 자주 빌려 인용한다.

차라리 이런 인용들은 그 상황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그러나 또 너무 동떨어진 상황을 이야기 하기도 한다.

작가의 멋져보이려는 노력이 많이 엿보이는 글인듯 하다.


작은 일상의 상황을 포착하여 작가 나름대로 멋있게 새롭게 쓰기 위해 노력한 흔적이 엿보이며, 흔히 감수성 넘치는 새벽의 글같은 느낌이다.


"언어의 온도"라는 책의 이름에 걸맞게 서문을 제외한 첫 글과 마지막 글이 이에 관련된 이야기였으면 참 좋았을텐데 라는 생각을 했다.

책의 어떤 내용에 보면 "이름"에 대한 이야기도 나오는 데, 이를 뒷이야기로 잡았으면 어땠을까 아쉽다.


예전 알쓸신잡에서 김영하 작가가 "작가는 단어를 수집하는 사람"이라고 말했던 것이 기억난다.

이기주 작가는 문장, 단어를 정말 열심히 수집한 흔적이 엿보인다.

그러나 너무 그에만 매달려 자신이 수집한 단어와 문장의 콜렉션을 "멋있지?"라고 자랑하는 듯 했다.

그리하여, 작가가 원하는 적당히 따뜻한 언어가 아닌 너무 뜨겁고, 버거운 언어가 되어버린 듯 하다.


물론, 이 책의 인기에 힘입어 "말의 품격"까지 베스트셀러에 올랐으니 성공적이라곤 하지만,

적어도 내가 느낄 때 이 책은 그렇다는 말이다.

이 글을 공유하기

댓글

Designed by JB FACTORY